남자가 여자를 만나거나 반대로 여자가 남자를 만나 처음 교제할 때와 어느 정도 교제기간이 지난 뒤의 감정변화를 살펴보면 뭔가 달라진 느낌을 받게 된다.
연애초기에는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단 하루라도 얼굴을 못보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이성에게 푹 빠져 지낼 때가 많다. 물론 그 정도 까지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성에게 매력을 느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애초기 그녀 혹은 그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이 사람이 아니면 안돼" "평생동안 사랑할꺼야" "단점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야" 등등 상대방에게 푹 빠져 세상 그 누구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예쁜꽃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아름다움이 빛바래 아름답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비단 꽃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닌것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연인과 함께하지 못하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연인을 사랑한다고 해도 사랑하는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사랑이란 감정도 조금씩 무뎌지게 마련이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을 당연하게 받아 들여 상대방이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언제나 나와 함께 할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러 최소한의 기대감이나 긴장감 마져 사라져 상대방에게 함부로 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다.
실제 연인관계인 한 커플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짚어 보자. 20대 후반의 현철(가명)과 20대 중반의 지연(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2년 넘게 사랑을 나눠온 사이다. 이 커플은 교제 1년 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교제 1년이 넘어서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가고 신비감이나 긴장하게 만들던 감정도 점차 사라져 점점 고민에 빠져든다.
현철: 지연아! 너.. 나 사랑해?
지연: 그럼, 당연히 사랑하지.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묻는거야?
현철: 네가 좀 달라진것 같아서 말이야.
지연: 이그, 내가 뭐가 달라졌다고 그래. 난 자기를 처음 만났을 때난 지금이나 한결같이 자기를 사랑해.
현철: 정말?
지연: 그럼, 왜?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것 같아?
현철: 아아.. 아니야. 내가 요즘 예민해져서 그런가봐.
지연: 난 언제까지나 자기만을 사랑할꺼니까. 쓸데 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
현철: 미안해 내가 공연한 소리를 해가지고 자기 마음만 심란하게 만들었나 보다.
지연: 아니야.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이야기 안 하면 난 그걸로 돼.
현철은 지연이 앞에서는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여전에 지연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한 동안 혼자 고민을 하다가 초등학교 때 부터 단짝 친구로 지낸 철승이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다.
현철: 철승아! 나 요즘 한가지 고민이 생겼어.
철승: 낙천적이기로 소문난 현철이가 고민이 생기다니, 이거 정말 놀랄만한 소식인데.
현철: 비꼬지 말고, 나 정말 심각해.
철승: 뭐가 그렇게 심각한데?
현철: 지연이하고 조금 문제가 있어.
철승: 지연씨하고 문제가 있다고? 너희 둘 잘 지내고 있잖아?
현철: 그게 말이야. 내 생각에는 그런거 같지가 않아.
철승: 도대체 무슨일인데 그래?
현철: 지연이 하고 만난지 1년 정도 될 때 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점점 문제가 생기더라고.
예전에는 내가 조그만 선물을 해도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요즘은 좋은 선물을 해줘도 반응이 신통치 않아.
철승: 그건 원래 그래. 오래 교제하다 보면 그렇게 변하더라고.
현철: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야. 예전에는 걸면 엄청 좋아하고 오랫동안 통화를 하려고 하더니 요즘은 내가 전화를 하는게
귀찮은지 길게 통화하는걸 싫어하더라.
철승: 지연씨가 피곤해서 그런거 아니야?
현철: 그건 아닌거 같아. 내가 지연이가 피곤할 때만 골라서 전화를 거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매번 그렇게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을 수 있어?
그 뿐만이 아니야 평상시에 대화할 때도 뭔가 성의가 없다고 해야할지.. 아무튼 예전과 비교해 볼 때 지연이가 너무 변한것 같아. 일일이 말하기는 그렇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둘은 문제가 있는거 같아.
철승: 이야기를 듣고 보니 조금 심각하네. 내 생각에는 네가 변화를 주는게 좋을것 같다.
현철: 변화를 주라고?
철승: 응. 네가 지연씨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는데도 지연씨가 별 반응이 없고 평상시 대화과정에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 고민이라는 거잖아?
현철: 그래 맞아.
철승: 음.. 내 생각에는 네가 지연씨에게 특별한 존재에서 편한 존재로 바뀌어서 그런거 같아.
현철: 특별한 존재에서 편한 존재로 바뀌었다고?
철승: 그래. 지연씨 뿐만 아니라 너도 지연씨를 특별한 존재에서 편한 존재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현철: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거야?
철승: 네가 좀 전에 변화를 주라고 말했잖아.
현철: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하는데?
철승: 일단 전화 거는 횟수를 줄이고 통화시간도 좀 줄여봐.
그리고 전 보다 덜 만나고 만나더라도 아쉬움이 남을 때 헤어지는게 좋아.
현철: 정말 그렇게 하면 우리 사이가 예전 처럼 돌아갈까?
철승: 내 생각은 이래. 지연씨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된것이 아니라면 너를 편하게 생각해서 그런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싶어.
사람이 마음이 그렇잖아.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는 그 물건을 손에 쥐기까지 애간장이 탈 정도로 집착을 하는데,
막상 손에 쥐고 나면 그 물건에 대한 애착이 점점 시들해지잖아.
난 사람마음도 마찬가지라도 생각해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서 연애를 한다고 가정할 때 연애를 하기 전과 연애초기, 그리
고 한 참동안 교제의 시간을 가졌을 때 비교해 보면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감정의 변화가 일어
나게 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비감이나 기대감이 사라진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어.
현철: 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건거 같기도하다. 그럼, 앞으로 네 말대로 변화를 줘 봐야겠다.
철승: 연애 할 때 "밀고당기기"가 필요하다는 말 들어봤지?
현철: 그럼, 들어봤지.
철승: 변화를 줄 때 필요한것이 바로 "밀고당기기"야. 전화를 늘 하던 사람이 전화거는 횟수를 줄이고, 통화시간을 줄이면 주로 전
화를 받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왜? 전화를 자주 안 하지?" "왜? 전화 통화를 짧게 할까?" 등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심란해지지.
게다가 만나는 횟수도 줄이고 만남의 시간마저 줄이면 점점 불안해지게 되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신을 되돌아 보게 돼. 이 때 부터 상대방이 자신에게 하던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돼지. 바로 그 순간 부
터 편한 존재에서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게 되는거야.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평상시에 물이 잘나올 때는 모르다가 단수가 되면 물의 소중함을 알게 되잖아. 단수가 돼서 며칠 동
안 소방차에서 물을 받아서 생활한다고 생각해 봐.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현철: 당연하지 단수가 되면 얼마나 불편한데.
철승: 그렇지? 단수가 되고 나면 물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게 되는것처럼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야.
현철: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어. 이제 좀 답답한 마음이 후련해지는거 같다.
이 커플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지혜롭게 대처한 현철이의 노력으로 예전과 같이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연애를 하다가 결혼에 이르게 됐다. 이 커플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연애 할 때 '밀고당기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고당기기"를 할 때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연애를 오래해서 감정이 무뎌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긴 것인지 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것을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밀고당기기"를 하다가는 연인에게 버림받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여 "밀고당기기를 못하면 솔로를 면하기 어렵다"는 말로 글을 끝맺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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