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여관이 아니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독거녀라 해도 마냥 고독을 즐기긴 어렵다. 가끔은 친구들이 놀러 오거나 자고 가는 것에 황송할 정도로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방문객이 잦다 보면 말이 '혼자'이지 고독은커녕 손님치레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손님은 왕이란 생각에 먹을 거 입을 거 제공하고, 심지어 귀하디귀한 침대까지 양보하고 나면 주객이 전도되기 십상이다. 특히 한둘도 아닌 여럿이 들이닥칠 때는 한 떼의 메뚜기가 지나간 것처럼 휩쓸고 간 잔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먹을 것이 싹쓸이됨은 물론 집안 곳곳에 쓰레기 더미와 '인간의 잔재물'들이 넘쳐나기 때문.

이뿐만이 아니다. 남자친구 혹은 남편과의 트러블로 가출 아닌 가출을 감행, 독거녀의 집으로 들이닥치는 커플녀들. 부모님 몰래 일탈을 즐기다 새벽 고양이처럼 기어 들어와 하룻밤을 청하는 플레이걸 솔로녀들. 술만 취하면 괜히 라면이며 커피며 화장실을 핑계로 집안에 발을 들이려는 늑대들. 독거녀를 괴롭히는 투숙객들이다.

하숙생은 싫소이다~

결혼 전에 자유를 즐겨서 좋겠다고? 독립해서 사니 즐겁겠다고? 모를 말씀이다. 남자만 생기면 독거생활도 마냥 즐겁지는 않다. 비록 동거는 아니더라도 동거 비슷한 상황에 꼬이기 십상이다.

처음에야 알콩달콩 부모님 눈치 안 보고, 통금 시간 없이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숙박비와 데이트비용까지 아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혼자라 외롭고 무서워할 시간도 없다. 부르기만 하면 달려와 주는 남친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묘한 기분. 도통 집 밖을 나가려 하지 않는 남자, 돈 아깝다고 독거녀 집에 있는 음식만 축내는 남자, 침대에 늘어져서 '스킨십' 아니면 '잠자기', '게임하기', 'TV 시청하기'로 일관하는 남자. 이런 남자와 있다 보면 한 십 년 이상은 함께 산 부부처럼 대화단절에 권태기의 두려움마저 엄습해 온다. 마치 골 때리게 게으르고 뻔뻔한 하숙생 하나들인 것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이다.

남자 신발과 옷은 필수?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겠지만 독거녀 삼 년이면 '보안의 달인'이 되곤 한다. 가뜩이나 험한 세상. 문단속 꽁꽁 하다못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네 번을 돌아봐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가스총에 후추스프레이, 야구방망이, 식칼, 벽돌, 쇠막대기 등등 손쉽게 집어들 수 있는 무기(?) 하나쯤은 필수로 갖춰 두고 침대 가까이에 놓아둔다. 각종 사건·사고 소식이 들리면 벌벌 떨다 밤을 새우는 경험은 셀 수가 없다.

어디 강도나 성폭행범만 두려우랴. 음식 하나도 배달하기가 무서워 괜스레 비어 있는 화장실에 대고 "음식 왔어!"를 외치기도 하고, 어디서 구해 둔 남자 신발을 항상 현관에 놓아두기도 한다. 빨래를 널 때는 누가 눈치챌까 싶어 와이셔츠나 남자 속옷을 널어두는 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험한 세상... 혼자 사는 게 좋기는 하나, 무서운 것투성이라 안전불감증이던 여자도 안전민감증으로 변모시킨다.

로맨틱하지 않으니 제발!

"나 집 앞이야.", "불 켜져 있네? 들어가도 돼?"
좋다. 한창 뜨겁게 사랑하는 남자나 어째 한번 잘 해보고 싶은 남자라면 굴러들어온 호박이라 생각하고 쾌재를 부를 수는 있다.

허나... 시도 때도 없이 집 앞이야, 라고 찾아오는 남자는 정말 '노땡큐'다. 전후 사정없이 무작정 찾아와 나오라니, 이 얼마나 비매너인지! 하물며 그런 행동을 남자답다, 낭만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착각남들도 허다하다.

또한 전혀 로맨틱함이 일어날 수 없는 관계, 예를 들어 직장동료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잊어버리기까지 한 과거의 남자, 다른 여자의 남자, 스토커 같은 남자라면 공포심까지 생길 정도다.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사는 곳이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가족, 남편 같은 보호막도 없으니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 그러니 남자들, 웬만해선 무대포식 방문은 삼가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학교나 직장 혹은 자유에 대한 염원, 독신 사전 준비 등으로 ‘독거’를 택한 여자들. 그 이유야 어쨌든 간에 혼자 사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