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죽음이 갖가지 의혹을 낳고 있다. 뒤늦은 사망발표를 둘러싸고 3가지 미스터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첫번째 미스터리는 두달 가까이 자취를 감췄던 조선중앙TV의 리춘희 앵커의 갑작스런 복귀다.
리춘희 앵커는 특유의 선동적이고 찬양적인 어투로 북한에서 '인민들의 앵커' '노동자의 영웅'으로 불리는 조선중앙TV의 간판 앵커다. 37년간 정부 성명 혹은 지도자의 주요행사를 늘 담당해왔던 그는 그러나 지난 10월 19일을 마지막으로 방송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고령에 따른 교체설, 와병설, 심지어는 실종설까지 나돌았다. 그렇게 감감무소식이던 리춘희 앵커가 꼭 두 달만인 19일 갑자기 방송에 나타나 울면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을 보도했다. 자취를 감췄던 이유는 물론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발표와 함께 돌연 모습을 나타낸 이유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계자 김정은에 의해 축출됐다가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친숙한 목소리의 리춘희 앵커가 복귀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

두번째 미스터리는 북한이 미국과 합의한 핵 폐기안을 둘러싼 의혹이다.
최근 미국은 북한과 식량 지원의 대가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을 합의했다. 실제 AP통신은 18일 미국의 관리와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중국의 베이징에서 만나 핵 폐기안을 합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19일 오전 북한 조선중앙TV에서 "정오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예보를 했을 때 당연히 핵 폐기와 관련된 보도가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그 시간 충격적이게도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이 발표됐다. 북한의 핵 폐기 소식을 기다리던 이들을 당황했고, 북한 측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합의안 발표는 불투명하게 됐다.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고, 22일 갖기로 예정돼 있던 3차 북미 대화와 6자회담 재개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세번째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발표 시기를 둘러싼 미스터리다.
조선중앙TV의 발표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은 지난 17일 오전 8시 30분. 이 사실을 사흘 동안이나 감춰오다 19일 발표했다. 김 위원장 사망을 알린 북한 매체들의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17년 전인 1994년 7월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일성 주석이 숨졌을 때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모두 사망한 지 1∼2일 지난 뒤 TV와 라디오, 통신 등 주요매체를 통해 사망 사실이 발표됐다. 하지만, 국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소식이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야 발표된 것에 대해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사망이 발표된 19일은 이명박 대통령 생일이자 김윤옥 여사와의 결혼기념일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다. 우연치고는 너무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일치에 북한의 어떤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