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만남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킨쉽을 나누게 된다. 남녀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하기 위해 나누는 스킨쉽 중 대표선수 격인 '키스'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다. 하지만 얼마전 여자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키스가 달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와 오래전 부터 알고 지내는 여자 후배가 남자 친구가 생겼다며, 필자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하여 몇 차례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일이 있다.
필자와 남자 친구가 만남의 자리를 갖기 전에 후배가 남자 친구에 대해 말하기를 "직업은 공무원에 자신의 명의로 집이 한채 있고 집안에서 막내라 결혼 후 부모님을 모시고 살지 않다고 되는 비교적 조건이 좋은 남자다." 라고 소개했다.
남자 친구에 대해 대충 이야기를 듣고 고급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됐는데, 첫 인상이 매우 좋아 보여 후배와 결혼하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도 이제 조건을 따지는 속물이 되버렸나 보다."
처음 만나서 식사를 하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후배가 남자 친구와 언약식을 하게 되었다며, 함께 자리를 해달라고 하여 필자와 후배의 여자 친구들이 함께 두 사람의 언약식을 축하해 주게 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후배의 남자 친구의 친구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약식에 참석한 남자는 필자와 언약식의 주인공인 여자 후배의 남자 친구가 유일했다.
여자들이 넘쳐나는 틈바구니 속에서 언약식을 마치고 자리를 이동해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두 사람의 언약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자리다 보니, 분위기가 좋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술을 마셔 필자와 후배의 남자친구를 제외하고 모두 취해 버렸다.
술에 취한 사람들을 하나둘 택시에 태워 보내고 후배와 남자 친구, 필자 세명만 남게 되어 후배의 남자 친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후배의 남자 친구 왈 "제가 여자를 깊이 사귀어 본 일이 없어서 여자를 어떡해 대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앞으로 자주 뵙고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길래 "저도 여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쑥맥인걸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라는 말로 도움의 요청에 답했다.
언약식을 마치고 몇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시내에서 후배의 남자 친구를 보게 되어,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그런데, 후배의 남자 친구가 개똥을 밟은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치길래 "무슨 일이있나?" 하며 의아해 하고 있는데, 후배의 남자 친구에게 묘령의 여인이 다가가 자연스럽게 팔장을 끼고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순간 "오잉? 이 녀석이 후배 몰래 바람을 피우네!"라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그 자리를 떠나게 됐다.
집으로 돌아온 후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여자를 사귀어 본 경험이 없다는 녀석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후배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쉽게 잠을 청할 수 없었다.
그 다음날에도 바람을 피우는 괘씸한 녀석 때문에 고민은 계속 됐다. "후배에게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고민을 하고 있다가 후배를 만나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남자 친구와 언약식을 마치고 얼마되지 않아 성격차로 헤어졌다."며 전 남자 친구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왜? 헤어졌나고 물었더니, 남자 친구의 너무 소심한 성격 때문에 더 이상 사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헤어 졌다고 말했다. 너무 소심한 성격 때문에 헤어졌다고 말하는 후배에게 더 자세한 내막을 듣고 싶었지만, 꾹 참고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후배가 갑자기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후배: "선배! 선배는 첫키스 언제 했어요?"
필자: 뽀뽀가 아닌 키스는 대학 1학년 때 했지.
후배: 첫키스 할 때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했어요?
필자: 키스하는데, 물어보고 해야돼?
후배: 그냥 궁금해서요. 전 남친이 저랑 첫키스를 할 때 키스해도 되냐고 물어 보더라고요.
필자: 아니 무슨 물건을 빌리는 것도 아니고, 키스를 하는데 물어봐?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
후배: 선배도 참... 선배가 제 입장이라면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아무소리 하지 않고 그냥 있다가 키스를 하는데, 이미 분위기는 다 깨져버린 상태라 키스의 감흥을 느낄 수 없었죠.
필자: 웅... 그랬구나! 그것 때문에 헤어진 것은 아닐테고, 뭐 다른일이 또 있었어?
후배: 남친하고 언약식을 마치고 일주일 후 쯤에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됐어요. 제가 남자 친구 보고 1박2일 코스로 여행을 다녀 오자고 제안해서 다녀오게 됐죠.
필자: "남녀칠세부동석 (男女七歲不同席)"이라 했는데, 어디 성인 남녀가 결혼도 하기 전에 1박2일로 여행을 다녀올 생각을 할 수 있어?
후배: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할 입장이 아닐텐데요? 선배는 대학 다니다 결혼했잖아요?
필자: 깨갱... 남녀가 좋아하다 보면 그럴수 도 있는거지...
후배: 선배는 되고 왜? 저는 안돼요?
필자: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는 그럴수 도 있지.
후배: 저도 남친을 정말 사랑해서 그랬어요.
필자: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헤어졌어.
후배: 선배! 여자가 남자보고 1박2일로 여행을 가자고 말하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제가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남자 친구를 사랑했기 때문에 결정한 일이었어요. 1박2일로 가게 된 것은 남자 친구와의 잠자리 까지도 염두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필자: 잠자리 까지 염두해 두고 갔다면 별 문제될 일이 없잖아?
후배: 잠자리 까지 염두해 주고 간 제 생각과 달리 남자친구는 저와 잠자리를 할 생각이 없는지 그냥 잠만 자더라고요.넓은 팬션에서 손도 못잡고 그냥 잤어요.
필자: 이런 "찰 지그니" 같은 녀석! 같으니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손은 잡고 자야 하는거 아냐?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얼마전 까지 다니던 회사의 동료가 생각난다. 그 친구도 비슷한 상황에서 그냥 잤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가 사내에 퍼졌는데,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이사님께서 갑자기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며 웃으시며 말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자리했던 여직원들과 동료들이 배꼽을 잡으며 웃은 일이 있어.
그 때 여직원들의 반응이 놀랍더라. 1박2일로 여행을 갔다면 잠자리 까지도 염두해 두고 갔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냥 잠만잔 동료에게 핀잔을 주는 모습을 보니, 여자들의 의식이 많이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깨닭게 됐어.
후배: 제가 남자 친구와 잠자리를 갖을 목적으로 1박2일 코스로 여행을 간 것은 아니지만, 남자 친구가 저와 잠자리를 함께할 생각이 있다면 기꺼이 응해줄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남자친구는 키스나 그 밖의 스킨쉽을 전혀 하지 않더라고요. 그날 이후 남자 친구와 몇 차례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는데, 스킨쉽을 전혀 하지 않고 그냥 잠만 자더라고요. 결국 남자친구의 소극적인 행동에 점점 실망하게 됐고 차츰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서 헤어지게 됐어요.
필자: 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남자 친구가 너를 각별하게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남자 친구가 너에게 스킨쉽을 하지 않은 것이 너에 대한 사랑이 작아서 그런것이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면 날아갈 듯, 쥐면 꺼질 듯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 때의 마음과 같이 너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물론 그 친구의 행동을 전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야! 개인적으로 사랑은 표현할 때 그 빛이 더 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교과서적인 이야기 빌리면 사랑을 하게 되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고 하지만 그건 "교과서 저자의 생각이고" 마음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말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
후배: 제가 스킨쉽에 굶주린 사람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 친구가 좀 답답해 보이더라고요. 그 밖에 여러가지 일들이 쌓여가면서 결국 헤어지게 됐어요
후배에게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된 내막을 듣고 보니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서 첫키스를 할 때 물어보는 것인 옳은 일인지, 1박2일로 떠난 여행에서 손만 잡고 자거나 그냥 자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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