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연예인과 매니저간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종 불거지면서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일부 매니저들은 연예인들을 상대로 협박과 폭력을 일삼고 약점을 잡아 금품 등을 갈취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각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예인이 인기직종으로 떠오르면서 연예기획사들이 길거리캐스팅을 통해 연예인 지망생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매니저들에 의한 성폭행 등의 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예계 일각에서는 매니저들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매니저 자격증 제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연예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한국인연예예술인협회 등이 ‘연예인 관리사’라는 민간 자격증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연예인 관련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매니저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저질·짝퉁 매니저들로 인해 연예인들의 이미지 실추가 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은 ‘연예인 관리사’ 자격증 제도를 추진 중인 사단법인 한국연예예술인협회의 석현 회장을 만나 연예계에서 매니저 자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와 일명 ‘매니저 자격증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 한국연예인협회 석현 회장.     © 김상문 기자

“우리나라는 현재 매니저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그 기초가 매우 취약하다. 순전히 현장에서 선배들이 하는 것을 몸으로 부딪쳐 배우는 것이다. 또한 매니저와 관련해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보니 질서가 없이 흐트러져있다. 연예매니지먼트사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매니저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석현 회장은 “현재 연예매니지먼트 설립은 구청에 가서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라에서 허가를 내면 연예기획사를 차릴 수 있고 매니저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약 2년 전부터 매니지먼트사가 무분별하게 생겨나고 있다. 연예인 관련 사업이 마음만 먹고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점을 이용해 무작정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예매니지먼트사의 폐해

연예매니지먼트는 경제학, 마케팅,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복합적인 기술력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때문에 연예인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매니저의 전문성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경우 연예인 개인 영역을 담당하는 매니저와 다양한 수익사업 구상, 기획 및 사업적 측면을 담당하는 에이전시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세분화, 전문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연예인을 관리하고 유망주를 발굴하고 있는것.

또한 국가에서 지리적인 위치나 자격, 자금 등을 검토해 사업에 적절한 사람이 허가증을 받아 운영을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인지도를 닦고 노력을 기울인 매니저가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한다. 반면 국내 연예매니지먼트의 경우 자본과 인력을 소유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국가에 신고를 하고 허가를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전문성이 결여되다 보니 부작용이 연예인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석 회장은 “국내 연예매니지먼트의 경우 자본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 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영향으로 매니지먼트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만 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연예계의 질서는 흐트러지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연예산업에 뛰어들면서 제대로 된 소양과 능력을 갖춘 매니지먼트가 몇 개 안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유명 매니지먼트를 제외하고는 스타로 키워준다며 사람들을 현혹해 돈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소위 길거리캐스팅을 이용해 카메라 테스트나 학원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매니저 신분을 이용해 비윤리적인 행위를 일삼는 다는 것. 그는 “매니저의 자격을 증명할 방법과 제도가 따로 없다보니 명함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사례도 많다. 특히 무수한 가짜매니저로 인해 연예인지망생들의 피해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에는 매니저들의 업무가 세분화 되어있고 전문화 되어있다. 그들은 연예인과의 계약체결을 통해 전공분야를 담당한다. 일본은 리허설 전문 매니저가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연예인과 손발이 잘 맞는 매니저의 역량을 갖췄다는 소리다. 물론 국내도 최근에는 로드매니저와 치프매니저, 제작매니저 등 세분화되어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는 큰 것부터 조그마한 것 까지 사장이 다 관리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매니저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국내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의 한계를 꼬집었다. 
 

▲ 드라마 '온에어'의 한 장면.     © 브레이크뉴스

연예인 자살과 매니저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교통사고와 자살 등의 소식이 들리면서 매니저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석 회장은 “연예인은 겉으로는 화려해보지만 사실상 매우 외로운 직업이다. 인기 있는 스타들의 경우 인기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남모르는 고민을 가지고 끙끙 앓기도 한다. 이러저러한 고민과 스트레스로 연예인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며 때론 자신의 생계에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고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애환과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연예인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매니저다. 하루일과를 함께하는 것은 물론 연예인 관리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에서부터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매니저가 관리하고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만큼 매니저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매니저가 연예인의 모든 사생활을 관리하면서 간혹 부작용도 발생한다. 어떤 때는 매니저가 연예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비밀을 유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것은 매니저로서의 윤리의식이 부족한 것이다. 매니저는 자신의 업무에 책임을 다해야한다. 그들은 연예인의 비밀은 철저하게 보장해야하며 계약된 기간 동안 자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연예인에게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때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상담자로, 때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친구로, 때론 연예인의 분신으로 함께해야하는 것이다”고 매니저의 자질을 언급했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은 항상 국민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생활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제 연예인의 외적인 관리를 넘어 내면적인 관리까지 신경을 써야한다.”

석 회장은 이어 “드라마 <온에어>처럼 매니저는 일을 하는 기간 동안 자기보다 연예인을 우선시해야한다. 보디가드도 계약된 기간 중에는 목숨을 바쳐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연예인을 보호해야한다”고 매니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매니저의 자격

한류열풍으로 대·내외적으로 연예매니지먼트의 경제력 확보와 마케팅 환경이 변화되어가고 있다. 향후 5년간 연예인매니저의 고용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연예인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연예계의 전문 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황.

이에 대해 석 회장은 “최근 대중문화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에 알맞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매니저시스템이 필요해졌다. 이에 우리 협회는 지난 8개월 전부터 연예인 관리사 자격에 대해 논의했고 PIA(한국특수민간행정학회)등의 민간단체와 연계해 연예인관리사 자격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자격기본법 17조(법률8852호)에 의거해 내년 3월에 시험을 치를 예정이며 2차에 걸친 연예직업윤리, 연예인 관리 실무 등의 시험을 한국자격관리협회에서 인증, 평가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한국의 매니저들은 대중문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연예인관리사'자격증은 매니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자긍심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본다. 또한 이를 통해 연예인 매니저의 위상도 크게 올라갈것이라고 생각해 추진하게 됐다"며 매니저 자격시험을 실시한 동기를 밝혔다.

그는 또 "매니저는 실무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연예인을 관리하는 만큼 어느 정도 연예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한다. 연예인이 촬영에 임할 때는 기본적인 용어를 알아야 하며 촬영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수 매니저의 경우 음악에 대해 연예인 만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연예인이 노력을 해서 되듯이 매니저도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매니저에 입문하는 방법은 크게 기획사, 학원, 연고를 통한 입문이 있다. 매니저 교육 관련기관은 현재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 이벤트 전공학과가 있으며 서울국제방송아카데미, MBC아카데미 연극음악원,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이 있다고 한다.
 
석 회장은 “현재는 매니저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길이 마땅히 없다. 어느 회사 말단직원으로 들어가거나 인맥을 통해 들어간다. 우리는 매니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나 이미 하고 있으면서 배우고자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그들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이 분야에서 일등이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능수능란한 매니저로 성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협회는 일정소양과 업무능력이 검증된 연예인 매니저를 배출해 국내 연예계의 활성화를 돕고자 한다. 무엇보다 매니저자격증 제도가 매니저들이 대중문화 시장에서 유능한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고 매니저 자격증 제도도입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앞으로는 이와같은 자격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수료한 사람들이 연예인과 1년의 계약을 하고 잘 맞는다 싶으면 일년 후에 재계약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연예계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따로 메니지먼트사를 설립할 수 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니저의 신원 관리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 공인인증을 통한 시스템을 통해 보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류의 성장이 퇴보하기 전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국가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회장 정훈탁)는 한국방송영상진흥원과 함께 연예 매니저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50여개 회원사의 소속매니저를 대상으로 저작권 계약법, 산업적 경영마인드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격증을 부여할 방침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