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기업의 O양은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같은 홍보 부서의 Z대리와 교제를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회사에서 눈빛 교환할 시간도 없거니와 여성들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도 아니어서

주변의 여성들에게 은근슬쩍 내 남자라는 도장을 확실히 찍고 싶은데 일도 많아 여의치가 않기 때문이다.

 

사내커플을 회사 규정상 금지하는 기업도 있고 분위기상 드러내고 마음 놓고 사귀기도 힘든 상황이어서

볼 때마다 흐뭇할 약간의 ‘찜’ 작전이 필요했다.

즉 나와 그가 연결되어 있다는 둘만의 암호 같은 것이 뭐가 있을까?란 생각을 하다

O양은 커플 룩을 생각해 냈고 컬러, 디자인까지 똑 같은 데칼코마니 커플 룩이 아닌

약간의 커플 분위기만 낼 수 있는 옷차림을 스타일코치에게 SOS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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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이템은 무난한 커플 룩의 기본”

커플 룩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똑 같은 디자인과 컬러의 아이템으로

입는 즉시 커플임을 만천하에 공개하지 말고 같은 아이템만으로도 충분히 커플 느낌을 줄 수 있으니

둘이 좋아하는 아이템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 본 후 각자 취향에 맞는 스타일로 골라 입으면 취향도 살리고,

멋도 살리고, 커플 느낌도 나고 일석 삼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가을이라면 단연코 가죽 재킷이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할 시기이다.

꽤 쌀쌀해진 요즘 자기한테 맞는 가죽 재킷 하나만 잘 장만해 놓으면

가죽의 오래될수록 살아나고 멋스러워지는 성질만큼 커플의 애정도 역시 날이 갈수록 깊어질 것이다.
 

 

“특정 포인트를 공략하라”

이 룩 또한 같은 아이템의 매치가 기본이다.

청바지+셔츠(블라우스)+니트(가디건) 등으로 매치하였고 그렇다 해도

따로따로 입었을 경우 디자인에서 같은 부분을 쉽게 찾기 힘들므로 은근히 커플임을 자랑할 수 있는 좋은 매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포인트를 남, 녀 모두에게서 찾을 수 있다면

‘우연으로 가장한’ 진짜 커플 룩을 보여줄 수 있는데

스트라이프 니트와 지브라(얼룩말 무늬) 패턴의 가디건의 Gradation이다.

두 가지 모두 블루 계통의 컬러로 허리 아래 부분이 Gradation으로 강조되어 멋스러우면서도

청바지의 캐주얼함과 셔츠+니트 티, 블라우스+니트 가디건의 포멀한 조화로

working couple(맞벌이 부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컬러, 그 은은함의 배려”

세 번째는 컬러로 승부하는 커플 룩이다.

가을이고 해서 브라운 계통의 아이템들이 많이 나오는 시기이므로

이런 베이지와 브라운으로 연결되는 컬러를 맞췄다고 해도 동료들은 그들을 크게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퇴근 후 데이트가 있을 경우 추천하는 룩으로 남성의 경우 브라운의 클래식 로퍼로 깔끔함을 완성하였고

여성은 주름 스커트로 여성미와 활동성을 주었다.

여성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쓰고 나왔을 경우라면 퇴근 후의 데이트를 기대하고 있을 법도 하니

남성들은 업무에 신경 쓰는 만큼 짬짬이 데이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각하여

업무 능력만큼 센스 있는 애인으로 거듭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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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양은 Z대리에게 이야기 해 한 달에 2번씩 커플룩 출근을 하고 있다.

옷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Z대리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O양의 부탁대로 입는 것도

서로의 애정전선을 위해 괜찮겠다 싶어 꾸준히 이행하고 있는 중이다.

 

O양은 몇 일 후에 있을 업무 평가 브리핑을 검토하면서

커플 룩을 입었던 주에 특히 업무 성과가 높았던 것을 발견했다.

이미 커플 룩으로 이어져 있는 관계라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다른 여직원들에게 방어막이 되어줄 거란 어이없는 믿음이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사랑은 표현해야 안다고 했던가?

커플 룩도 사랑의 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사랑도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

조금 더 ‘찜’에 대해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물론 매 달 서로를 위한 이벤트로 007 커플 룩 작전도 유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