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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단 한 곳, 수도권의 국립공원

‘서울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한산의 암봉들

수도 서울에 있는 북한산은 1983년에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도봉산을 포함한 전체 면적이 78,45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공원지역은 서울의 도봉구, 노원구, 종로구, 서대문구, 은평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고양시, 양주시 등 5개 구 3개 시에 이른다.

도심에서 가깝다 보니 탐방객 수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서울 우이동에서 양주시 교현리까지 이어진 44킬로미터의 우이령길은 환경보호를 위해 하루 탐방객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이령을 기준으로 북측의 도봉산과 남측의 북한산 지역으로 구분되는 북한산국립공원은 1500만 수도권 시민이 1시간 내로 접근, 수려한 화강암봉군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민의 휴식처다. 그러기에 북한산은 등산과 트레킹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천혜의 장소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너무 가까이 있는 탓에 대부분 사람들이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산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을 영구히 보전하기 위해서는 세계 유일의 수도권 안에 있는 국립공원이라는 소중함을 깨닫고, 비슷한 산세를 보유하고 있는 수락산, 불암산 지역도 이른 시일 안에 국립공원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럼 서울에 있는 산들을 살펴보자. 서울에는 북악산, 인왕산, 남산, 북한산, 낙산 등 한양 오악(漢陽五岳)을 중심으로 강남구의 대모산, 청계산, 강서구의 우장산, 개화산 등 9개 산, 그리고 도봉구와 노원구의 도봉산, 수락산, 은평구의 봉산, 백련산 등 8개, 중구와 용산구의 산을 합쳐 총 71개의 크고 작은 산들이 모여 있다. 이 산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서울 전체 면적의 22퍼센트에 달한다.

한북기맥에 있는 북한산은 도봉산에서 남장대, 북악산, 인왕산, 안산에 이르는 남북 방향의 연봉을 이루면서 낮은 고도의 저산성(低山性)산지를 형성하고 있고, 그 연장부에 독립성의 잔구(殘丘)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남측의 도시지역은 침식분지(盆地)로 저지대를 이룬다.

기암절벽들이 즐비한 능선을 보면 도봉산은 최고봉인 자운봉(736.5m)을 정점으로 북으로는 포대, 사패능선을 지나 사패산(552m)으로 이어지고, 남으로는 신선대, 주봉의 도봉 주능선을 지나 우이암에 닫는다. 그리고 다락, 보문, 오봉능선 등의 지능선이 뻗어 각종 암석지형의 경관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중에서 도봉산의 중심부에 치솟아 있는 자운봉, 만장봉(718m), 선인봉(708m)의 수려한 암봉과 암벽들이 도봉산 자연경관의 압권이다.

북한산은 서울의 최고봉인 백운대(836.5m)를 정점으로 북으로는 영봉, 상장봉에 이르는 상장능선, 남으로는 만경대(799.5m), 노적봉(716m), 용암봉, 자단봉을 지나 문수봉에 이르는 산성 주능선, 그리고 문수봉(727m)에서 북서로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에 이르는 의상능선, 서남으로 승가봉, 비봉(560m), 향로봉(535m)에 이르는 비봉능선, 보현봉에서 남부로 뻗어 있는 형제봉능선, 대성능선 등 능선들이 사방으로 뻗어내려 웅장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북한산국립공원 한가운데 높이 솟아 위용을 자랑하는 백운대와 인수봉(810.5m) 그리고 만경대 등 삼각산(三角山)과 노적봉 일대의 돔(dome)형 암봉들은 북한산을 대표하는 자연경관으로 그 웅장하고 출중한 자태는 경이로움과 외경스러움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도봉산의 계곡은 안골, 회룡골, 원도봉, 도봉산, 송추, 무수골계곡 등 있으며 북한산에는 우이, 북한산성, 효자리, 진관사, 구기, 평창, 정릉, 구천계곡 등이 있다. 이곳에는 송추, 동령, 구천, 개연폭포 등의 소규모 폭포와 여울들이 자리 잡아 하상(河床)의 기반암, 낙석(落石) 등과 더불어 탐방객들의 쉼터로 자리하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의 지질은 지사(地史)에서 가장 오래된 시생대(始生代) 당시 원래 존재하던 퇴적암들이 격렬한 ‘지각변동(地殼變動)’1)으로 광물의 성분이 복잡하게 변질된 경기편마암복합체(京畿片麻岩複合?)2)라는 변성암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 후 중생대(中生代) 때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났던 최대의 지각변동인 ‘대보조산(大寶造山)운동’3)의 영향으로 경기편마암복합체가 제거되고, 지하 깊은 곳에 ‘저반(底盤)’4)을 이루고 있던 거대한 암석 덩어리인 대보화강암이 노출되어 서울 전역에 분포하게 되었다. 주로 서울에 분포하고 있어 붙여진 서울화강암(花崗岩)은 광물 성분이 풍화에 강한 흑운모화강암과 약한 담홍색장석질화강암 등 두 가지 종류로 분류되어 경연(硬軟)의 차이에 따른 ‘차별(差別)풍화와 침식’5)으로 지형의 기복이 형성되어 암봉, 산릉과 계곡, 저지대로 이루어진 현재와 같은 지형의 골격을 이루게 되었다.

지표상의 모든 암석은 덮여 있는 물질들이 제거되면 팽창하고, 마그마가 냉각되면 수축하여 깨어진 금이나 결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절리(節理)6)라고 한다. 절리의 상태와 절리간의 간격은 암석 내부로 수분과 공기가 스며들어 화학적인 풍화를 일으키는 절대적인 요인으로서 암석지형 발달을 크게 좌우한다.

북한산의 흑운모화강암을 포함한 모든 화강암들은 석영, 운모, 장석과 같은 광물들의 집합체로서 입자(粒子)의 크기나 성분이 거의 비슷해 팽창과 수축의 영향을 거의 일정하게 받아 판자 모습의 판판한 판상(板狀)절리가 비교적 넓은 간격을 유지한 채, 수평이나 수직 방향으로 발달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지표상의 모든 암석 중에서 돔형 암봉, 암벽, 호박바위, 벌집바위나 가마솥바위 등 기암괴석의 형상석(形狀石)7)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인자가 된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암석지형들은 다음과 같다. 백운대, 인수봉, 노적봉, 의상봉, 원효봉, 향로봉 등은 절리가 거의 없는 거대한 암괴(岩塊)로서 표면에서 풍화작용이 일어나 풍화층이 제거되고, 상부에서부터 암석표면의 엷은 절리면이나 암편(岩片)들이 박리(剝離)작용8)으로 떨어져 나가 만들어진 돔형 암봉이다. 이처럼 여러 개의 커다란 돔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은 북한산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암석단애(斷崖), 즉 암벽(岩壁)은 암봉의 한쪽 방향에 오직 수직에 가까운 판상절리만이 발달하고 다른 형태의 절리들은 나타나지 않는 경우인데 도봉산의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등이 대표적이다. 도봉산의 돔형 암봉과 더불어 북한산국립공원의 웅장함을 나타내주는 암석 대(大)지형으로서 북한산의 얼굴 이다.

한편, 능선과 계곡을 따라 부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규모가 작은 암석 미(微)지형들은 화학적 풍화에 의하여 발달한다. 우선, 호박바위9)는 지하의 핵석(核石)10)이 이미 풍화가 진행된 주변의 푸석바위가 제거되면서 지상에 노출되게 되어 절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여러 모습의 형상석으로 남아 있는 암괴를 의미한다. 또한 풍화혈(風化穴)11)은 암석 표면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파여 있는 구멍으로 암괴 상부의 평탄한 곳에 위치하면 풍화호(風化壺), 즉 가마솥바위가 되고 측면에 있으면 타포니(tafoni) 즉, 벌집바위라고 부른다. 장석과 운모의 접착력이 약화되면 단단한 석영입자들이 떨어져 나가 입상붕괴(粒狀崩壞)12)가 일어나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모습의 암석지형을 형성하게 된다.

이처럼 수도권에 치솟아 위용을 자랑하는 북한산의 암봉과 암벽, 그리고 등산로와 계곡을 따라 분포하고 있는 각종 화강암의 미지형들이 함께 어울려 진 북한산국립공원은 태산준령은 아니다. 하지만 험준한 산세를 이루면서 다양한 자연경관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시민들에게 천혜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