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터치 - 내용보기

나를 꽤 당혹스럽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있다. "요새 아이들 정말 너무 심하지 않아? 교복을 입은채 끌어안고 떨어지지를 않더라니까"라든지... 혹은 "오늘 전철에서 어떤 아이들을 보았는데 주위 사람들 시선은 아랑곳도 않고 스킨십을 하더라"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먼 옛날의 내 모습 같아서 나도 모르게 화끈- 달아오르게 된다.

물론 그런 모습들이 긍정적이며 정당화 될 수 없는 부분들이 -특히 기성세대의 눈으로 봤을 때- 많겠지만, 그에 대한 몇가지 변명을 해보려고 한다. 너무 나쁘게만 보지는 말아달라는...

교복을 입은 채 스킨십을 하는 어린 연인들은 마냥 좋아보이지 않는다구? 왜?

첫째, 요즘 어린 것들은 발랑까졌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뭐냐..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남녀공학의 특혜를 받은 우리 친구들 중에서는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으면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스킨십의 수위(?) 조절은 각 연인들의 몫이었다. 내 주위만 봐도 똑같이 연애를 한다고 하지만 저마다 진도는 달랐다. 손도 한 번 못잡고 플라토닉을 하는 친구, 포옹까지는 괜찮다는 친구, 키스도 해봤다는 친구, 그리고 뭐 등등...

스킨십의 수위는 단순히 학생 시절이 아니라 대학 이후에도 아마 모든 연인들의 고민일 것이다. 너무 빠를까, 느릴까. 나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까, 나를 소심하다고 비웃지 않을까. 그는, 그녀는 어디까지를 원할까. 그 수위를 결정하는 것은 각 연인들이 몫이다. 즉, 연애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발랑까진 학생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니, 지금의 청소년들은 훨씬 빠를 것이다. (요즘은 유치원생부터도 애인들이 있다) 어느 정도 그 속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둘째, 연애를 하는 것들은 루저다?

아마 부모들의 속타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때 우리 아빠는 내게 "똥파리"들이 꼬이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씀까지 하셨었다. 연애가 학업에 방해가 될까? 물론 방해가 된다. 그런데 학창시절 연애를 했던 수많은 내 친구들은 사회에서 당당히 한 몫을 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연애가 학업에 방해가 된다면, 연예인들에 대한 애타는 사랑도 방해가 되고, 각종 게임과 오락도 방해가 된다.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이 마케팅을 잘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성인에게는 이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아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어떠한 연애든 지나고 나면 삶의 경험이자, 배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너무 이르고 너무 늦다는 기준은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는 것이다. 단순히 연애를 하지말라 보다는 연애를 현명하게 잘 하는 방법을 청소년들이 터득하게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셋째,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니?

생각해보라. 학창시절만큼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또 있었는지. 어른이 될수록 주위 시선에 민감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오히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더 못하게 되거나, 과시욕에 시달리게도 되는 것이 어른이다. 청소년기의 관심은 대개 '나', 그리고 '또래집단'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나의 성장, 나의 변화, 내 친구의 변화.. 그 외에는 신경쓸 것이 없어 오히려 편하기까지 했던 때였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 않고 서로만을 탐닉하는 어린 연인들을 보면, 사람들을 놀래키려거나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혹은 그런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거라는 배려 등에 대해 아직 깨닫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 것을 이미 깨달았어야 할 성인들의 스킨십이 더 비난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교복 하나로 더 나쁘게 보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는 생각이다.

넷째, 쬐깐한 게 사랑을 알아?

교복을 입고 손을 붙잡고 가는 연인들을 보며, 쬐깐한 것들이 무슨 사랑을 안다고...라고 중얼거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예전의 내가 오버랩되는 것이 아닌가. 교복을 입고 연인의 손을 잡고 길을 걷던 시절, 그 때 그건 사랑이었다.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나는 항상 같은 나였다. 그때도 이미 어른인 것 같고, 지금도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첫사랑이 언제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10대 후반~ 20대 초반 정도를 떠올릴 것 같다. 내가 10대 때 했던 첫사랑은 첫사랑인데 요즘 애들의 연애는 사랑이 아니란다. 그건 정말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사랑이라는 말 그대로다. 흔히 말하는 발랑까진 어린 것들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거다. 그들 나름대로의. 그 사랑은 영원하진 않겠지만 첫사랑으로 기억될 수도 있고, 다음 사랑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무조건 얕보고 비웃는 건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개구리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