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공기 마시는 아침마다, 어릴 적 대중 목욕탕에서 돌아올 때 먹었던 바나나 우유가 생각난다. 사람은 좋은 느낌을 받았던 음악을 다시 듣거나 혹은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먼 훗날 다시 먹게 될 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가끔 아침에 마트에 들러 바나나우유에 빨대를 꼽아 입에 물고 나오곤 한다. 그런데... 오늘 먹은 바나나 우유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던 것일까? 가볍던 발걸음이 점차 무거워지면서, 화장실을 부르는 뱃속 골든 벨이 요동친다.

화장실이 몹시 급해 달려갔는데, 여자들의 품위있게 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가장 뒷자리에 서게된 나는 미칠 것같다. 아! 갑자기 몸이 뒤틀리면서 수전증이 생기고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순간이다. 1분을 1시간처럼 느끼며 기다렸다.. 두명만 기다리면 이제 내차례이다..  내차례가 되어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후 안도감에 세상을 다얻을 것만 같았던 기쁨을 누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

화장실 휴지 걸이에 귀엽게 걸려있어야 할 휴지가... 휴지가 없다.

순서를 기다릴 때만해도 한줄로 서있던 여자들이 그토록 야속하게 느껴졌었는데, 갑자기 휴지를 전달해 줄 지원군이 된 것같아서 눈에 눈물이 고이게 고맙다.

"저기요~ 여기 휴지 없는데요!.. 죄송한데 휴지좀 누가 주세요..-.-;;;

잠시후...............

또각또각 어떤 여자 구두 발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에서 휴지가 날보고 웃고있다....

"감사합니다. (휴지를 전해 준 착한여자, 누군지는 모르지만 웬지 정말 인간성에 인증 도장이라도 찍어주고 싶다....괜찮은 여자란 생각도 든다.-.-;;)

                                                     사진출처 :  dowajo.tistory.com/1800

이렇게 막상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는데, 휴지가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맘편하게 볼일 봤는데 갑자기 그 어디에도 휴지가 없다면 난감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럴 때 여자가 하는 돌발행동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남자의 경우는 양말, 런닝, 지폐, 수건 등이 요긴하게 쓰인다는 정보를 입수 했지만… 역시 여자들은 되도록 기품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 혼자 숨죽여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인다. 운전을 하다가 길을 헤매게 될 때, 남자들은 길 물어보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심리가 있다. 즉, 길을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행동은 남자 이길 포기하는 것처럼 자존심을 구기는 행동처럼 느낀다. 그래서 같은 길을 반복해서 돌더라도 스스로 길을 찾을 때까지 물어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 돌발상황에 처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 할 때가 많다.

 여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 길을 잃어버렸는데 타워빌딩이 어디예요?” “구두굽이 부러졌는데 고칠 때 없나요?” 등등의 말들을 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남자들은 굳게 입을 닫은 채 나름대로 그 동안 쌓아온 학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한다. 화장실도 예외는 아니다. 남자는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화장실에서 휴지 없을 때도 그 동안 몸에 지니고 있던 모든 물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응용해보고, 그 동안 보았던 만화와 비디오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해결하고 나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