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속마음 - 내용보기

경제 위기는 남자들의 자신감을 거세했고, 문화의 변화는 그들의 남성성을 도태시켰다. 괜찮은 남자 절멸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도탄의 소리가 높지만 정말 그들이 마냥 못난 것일까? 아니다, 다만 ‘사내다움’의 허상에 갇혔던 남자들이 자신을 찾고 있을 뿐.

남자들이 그렇게 문제인가요?
어쩌다 보니 매달 ‘남자’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다. 초식남 등등 신종 남자들이 결국은 묻어가는 남자라는 둥, 여자들을 헷갈리게만 하고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발 빼는 ‘간본남(간만 보는 남자)’들이 급증했다는 둥, 거기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누군가를 그 안에 들여놓길 두려워하는 ‘결혼 못하는 남자' 까지…. 그렇게 칼럼을 쓰며 주변 여인네들의 말을 들어보면 남자들이 탈이 나도 한참은 난 거 같은 느낌이다. 데이트에 돈 쓰기 아까워하고 연애에는 소심해졌고, 기껏 사귀어도 자신만의 시간을 더 소중히 하며 여친은 딴전이고. 오죽하면 무대포 마초의 귀환을 바라는 여자들도 적지 않을 정도. 한마디로 의지할 수 있는 남자, 든든하면서도 젠틀한 남자들이 멸종했다는 거다. 비정규직으로 점철된 신자유주의 체제 때문에 남자들이 돈이 없어서, 여자들의 입지가 올라가다 보니 주눅이 들어서,라는 건 고개 끄덕일 만하다. 하지만 여자로선 그래도 남자니까, 남자이기에 그에게 기대고 싶은 심리는 어쩔 수가 없다. 자아 성취 운운하며 꿈꿨던 커리어우먼에 대한 로망은 밥벌이의 고단함에 치여 산산조각 난 지 오래.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외치던 큰소리는 “엄마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라는 작은 중얼거림으로 바뀌어 입주할 만한 인형의 집을 찾아 기웃거려봐도 이젠 정작 아빠 같은 남자도 안 보인다.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럴 수밖에…. 그 모든 OO남의 실체는 더 이상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남자들의 무의식적인 주장이기 때문이다. 고질적 가난 앞에서 남들이 바라는 ‘어른’의 역할 놀이를 하라고 강요당했던 우리네 아버지들. 고도 성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올라서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래서 육식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자기’를 위해 뭔가 하는 법은 애당초 배우지도 못했고, ‘가족’이나 ‘회사’를 위해라는 명분 앞에서 자기 자신과의 끈은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삶은 애초에 버려야만 했던 아버지, 그러고서도 결국 가족에게서 소외당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들을 보며 우리 시대의 젊은 남자들은 생각했다, ‘아빠처럼 살고 싶진 않아요’라고.

남자, 다만 이제 ‘나’를 발견했을 뿐
괜찮은 직장은 줄어들고 88만원 세대의 굴레가 덧씌워지는 순간, 고달파진 남자들은 변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느끼던 그들에게 세상은 “아버지처럼이나마 살고 싶으면 엄친아가 돼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연애에서조차 기회 비용을 따져보고, 연애가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 생각되면 혼자라도 별 상관없다 생각한다. 자기 하나를 건사하기도 위태로운데 무슨 연애에 결혼, 그냥 차라리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들은 ‘남자는 ~해야 해’라는 규범들을 무시하며 기꺼이 소년으로 퇴행했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다시 ‘나’를 발견하는 중이다. 하지만 딱히 그 퇴행을 손가락질하고 싶진 않다. 물론 그들은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조금 더 이기적이고, 또 조금 더 나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신 그들은 가부장주의의 권위 정도는 내려놓을 테고, 애당초 희생할 마음이 없기에 희생자의 분노 따위를 터뜨리지도 않을 것이며, 적어도 여성들의 말에 조금은 더 귀 기울일 줄 아는 세대가 될 테니까. 다시 종신고용사회가 돌아오고, 그래서 남자들이 대책 없이 ‘내 아를 놔도~!’라고 할 만한 자신감을 얻기 전까진, 아니 설사 그런 시절이 돌아온다 해도 명분이 아닌 자신을 중시하기 시작한 남자들이 다시 바뀔 거 같진 않다. 그러니 이젠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부대끼더라도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열린 대화를 할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남자들이 달라졌어요: 더치페이하는 여자가 더 예뻐 보인다 87% Yes
누가 그러더라. 연애하니까 전화세가 5만원 더 나오더라고, 그게 아까워서 헤어졌다고.

결혼, 안 해도 된다면 안 하고 싶다 71% Yes
이러니 A급 여자가 D급 남자랑 결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에혀….

여자와 사귀는 게 귀찮을 때가 있다 64% Yes
애석하게도 이제 여자들의 경쟁 상대는 다른 여자에 국한된 게 아니다. 그의 취미, 귀찮음하고도 싸워야 한다규~

섹스도 귀찮을 때가 있다 59% Yes
이 서베이는 2535 남성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가 이렇습니다. 그저 송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