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의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이 연예인과 관련된 뜬소문을 적시한 문 서를 제작해 파문이 일었던 '연예인 X파일' 사건이 언론인 간의 말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파문을 촉발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둘러싸고 인터넷언론사 에 몸담았거나 현재 재직하고 있는 언론인들이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대중문화 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변희재씨가 지난달 19일 브레이크뉴스에 '연예계 X파일 파문,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는 칼럼을 게재 하면서 시작됐다.

브레이크뉴스의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한 변씨는 이 글에서 노컷뉴스(전국 15 개 CBS 기자들이 참여해 제작하는 인터넷뉴스)가 언론에 보도될 가치도 없는 "유치한 보고서"를 "온 동네 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일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

변씨는 "보고서의 가치가 없다면, 그냥 무시하는 것이 맞는 일이지, 이를 기 사화하는 순간, 좋든 싫든 대중적으로 확산된다는 것은 뻔한 일 아니었던가 ?"라며 "이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의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연예부 전문기자들이 만들어놓은 보고서의 수준, 그리고 이것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을 때 양산될 무수한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한탕주의식 보도, 이것만으로도 가히 연예저널리즘은 더 이상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00명이 읽을 것을 100만명이 읽도록 만드는 무원칙한 포털 저널 리즘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면서 "일단 메시지를 생산하고 전 파했다면, 이들은 끝까지 이에 대한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 다.

변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 21일 다시 브레이크뉴스에 '연예인 X파 일로 장사한 포털과 CBS'라는 칼럼을 게재해 "포털과 포털 기생언론은 지금 까지 명예훼손 콘텐츠로 장사를 해왔다"면서 "저작권 침해로 따지면 그들은 사실상 불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겨왔다"고 말했다. 사실상 노컷뉴스를 '포털 기생언론'으로 적시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조선일보조차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자사의 사이트를 통해 일정 정도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런 편집기준도 없다는 포털 사이트는 일체 자사 비판을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포털의 뉴스편집 관행을 비판했다.

변씨는 또 지난 1일 한겨레에 '포털 책임론 막는 포털'이라는 글을 기고, " 포털 책임론 은폐 시도에는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도 동참했다"면서 언론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인터넷신문의 미디어기자들은 포털 책임론에 무관심하다면서 "한국방송과 에스비에스 등 방송사가 자사의 시사프로와 토론프로에서 포털 책임론을 짚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인터넷과 거리가 있는 방송사 피디들은 10분이면 파악하 는 내용을 어째서 인터넷 전문가들이 사건 발생 열흘이 넘도록 이해를 못하 고 있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이처럼 변씨가 계속해서 '연예인 X파일' 사건이 파문을 일으킨 원인이 CBS 노컷뉴스와 포털에 있다는 주장을 펼치자 라디오21 국장을 맡고 있는 김용민 씨는 지난 15일 언론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에 '변희재식 CBS 책임론의 허구 '라는 글을 기고해 변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씨는 이 글에서 "요즘 변희재씨가 바쁘다. 연예인들의 온갖 민망한 소문을 적시한 'X파일'의 확산 주역이 포털 사이트요, 그 포털에 기사를 제공한 CBS 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줄기차게 설파하느라 그렇다"면서 "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내용을 계속 접해야 하는 3개 매체 동시 구독자인 필자로서는 퍽 고루하고 짜증난다"고 말했다.

그는 "변씨는 CBS노컷뉴스가 이를 보도하면서부터 일이 커졌다고 밝히고 있 다. 그러나 취재 일선에서 경험을 해 본 기자들로서는 설득력이 없는 어려운 주장이다"면서 "문제가 '연예인들의 온갖 험한 루머들을 상세히 담은 X파일 이 나돌게 된 현상'에 있지, 그 현상을 보도한 매체에 있겠냐 이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의 X파일은 국내 굴지의 광고 기획사가 지명도 있는 언론사 기자 를 상대로 탐문해 조사한 보고서였다. 이것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파급되 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찌 이런 사안을 뉴스로서의 가치가 없다 말할 수 있 겠는가?"라며 "오로지 직업 윤리 때문에 그것을 기사화할 기자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은 다소 생뚱맞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변씨가 CBS를 비판하는 칼럼을 잇따라 작성한 이유는 변씨의 CBS 에 대한 악감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변씨는 얼마 전 여성 취재기자들이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 에게 '몸 로비'를 함으로써, 굵직한 기사 아이템을 따내는 관행이 있다는 투 의 글을 브레이크뉴스에 기사로 올렸다가 해당 기자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 았다"면서 "노컷뉴스가 변씨 발언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고, 그의 'KBS 시 청자위원'으로서의 자질 문제를 거론했다. 필자가 보기엔 아마도 이 점이 변 씨로 하여금 CBS에 대해 심각한 악감정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변씨의 CBS 책임론은 한마디로 '사적 감정'의 소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진정한 언론인이요, 비평가라면 자신의 불편한 감정 과 분노를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