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안 의식과 관련해 전직 해커가 몇 해 전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가 현역일 때 국내 대기업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의 보안 수준을 테스트해 보려고 당시 유행하던 `연예인 X파일`을 이용한 악성코드를 하나 만들었다.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담겨 있다며 연구소 전 직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발송한 뒤 `연예인x파일.exe`라는 이름으로 악성코드를 첨부했던 것. 만약 그 첨부파일을 실행시키면 연구원들의 컴퓨터 안에 있는 개인 파일들은 모조리 해커의 컴퓨터로 유출되도록 돼 있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놀랍게도 성공률이 98%에 육박했다. 사람들이 흥미를 느껴 대부분 실행해 버린 결과다. 나머지 2%는 출장을 갔거나 당시 자리를 비운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정보 유출`이라는 개념이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연구실 내부 정보를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최근 국내 인터넷을 뒤흔들고 있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도 마찬가지다. 이미 DDoS에 감염된 PC가 수 만대에 이르고 있다. 이들 PC는 주인도 모르는 사이 해커의 놀음에 휘둘려 꼭두각시처럼 DDoS 공격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백신 프로그램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백신은 결코 악성코드의 진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백신은 이미 활동 중인 바이러스나 악성코드를 분석하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반 PC 사용자들의 보안 의식에 달렸다. 의심스러운 메일을 열거나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일반 PC 사용자들이 악성코드에 감염되지 않을 정도로 보안 수준이 올라가면 더 이상의 DDoS 대란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