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갑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 정책위의장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다면 그에 맞는 대응 조치가 가능한데 늘 수사가 용두사미 식으로 흐지부지 돼왔다”며 “자살 사건이 단순히 어떤 스타 배우의 문제만이 아닌 대중문화 예술계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심각한 사안인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 의장은 “예전에는 (연예인들 입장에서) 자신의 비밀을 지켜줄만한 조직이 없다고 생각해 얘기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지만 이젠 얘기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모든 사례를 수집해 대응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성상납과 스폰서, 노예계약 강요 등 기획사들의 횡포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예조 등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연예인 성상납 등에 대한 고질적인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들의 인권보호에 대한 노력이 적었다는 것이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소장은 “연예인 스스로가 인권적 존재로서 자기 위치를 찾아가고 보호하려는 주체적 역할과 자기 조직화를 해야한다”며 “이런 비참한 상황이 발생해서 원망하기 전에 연예기획사들의 착취와 폭력에 대해 평상시에 보호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용역을 통해 연예인 인권보고서를 만들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를 통해 이를 공론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연예기획사나 외부의 스폰서 등의 검은 연계고리들에서 빚어진 모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자체를 폭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다 보니 약자는 희생당하는 구조가 계속됐다”면서 “몸값 상승에만 골몰한 나머지 이 같은 노력을 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 주류매체들을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연예인의 ‘죽음’을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보도행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사안자체가 충격적이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많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대다수 언론이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만 주목하면서 연예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외면한 채 추측성 보도를 남발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이를 취재한 한 연예부 기자는 “언론들이 확인된 사실, 진실 보도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비록 취재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언론 스스로 비판 받아야 하는 측면”이라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언론은 최소한의 검증과정이나 노력도 없이 경찰의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받아쓰기 바빴다”고 덧붙였다.

마녀사냥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영희 한국PD연합회장은 “현직 방송사 PD가 연예인을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이미 아니다”면서 “특히 지상파 PD들은 그런 관행이 거의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술 접대와 성상납 강요, 폭행 등 과거의 불법적인 관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우며 극히 일부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과의 불공정 계약과 관련, 연예제작자협회와 연예매니지먼트협회를 통해 346곳에 대한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토록 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측은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선량한 대다수 매니저가 매도당하는 분위기가 생겨 안타깝다”면서 “시정조치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번 발표로 업계가 전체적으로 매도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