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珍島)와 해남(海南)이 합해지기전의 고을은 현산면(縣山面) 고현리(古縣里)였다. 그 때는 고을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왔고 서남쪽 30여리밖의 두모포(斗毛浦)는 외항(外港)에 해당하는 구실을 해 중국(中國)을 왕래하는 배들이 정박하고 진도(珍島)와 완도(莞島)등의 왕래도 이 곳이 중심지였다.
옛날 이곳에 김철산(金鐵山)이란 청년에게 진도 고군면(珍島 古郡面)원포(遠浦)에 사는 임윤화(林倫化)라는 15세 난 처녀가 시집을 왔다.
그러나 자식도 없이 남편이 죽어 생활할 앞날이 암담했으나 의지할 곳 없는 장님 시아버지를 버려둘 수 없었다.
팔자소관으로 돌리고 임씨는 품을 팔고 해초를 메다 시아버지 봉양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마을 사람들은 심청(沈淸)이보다 더 효성스러운 며느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의 친가에서 친정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이 왔다.
앞못보는 시아버지 시중도 문제였지만 아니갈 수도 없어 여러 날 도움없이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 놓고 진도 친정에 갔다.
친정에 도착해 보니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개가가 금지된 때였으나 나이 열여섯에 남편을 잃고 앞못보는 시아버지와 살아가야 할 딸의 처지를 가슴아프게 생각한 친정어머니는 거짓말로 딸을 불렀던 것이다.
딸에게 그런 뜻을 말했다.
  "아가, 이제 네 나이 열여섯이 아니냐. 집에서 한두 해 지내다 처녀처럼 다시 시집가도록 해라. 벌써 혼처도 정해놓았다."
어머니의 심려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윤화(倫化)는 한 번 시집간 이상 김씨집안 귀신이 되어야할 것이 아니냐며 만류도 뿌리치고 시가를 향해 몰래 빠져 나왔다.
나루에 도착했으나 배가 없었다.
벌써 친정에서 알아 채고 뒤쫓아 오고 있었다.
윤화는 친정 어머니의 성화로 앞못보는 시아버지를 버려 두고 시집가느니 차라리 바다에 빠져 남편을 따르는 것이 도리라 싶어 바닷길을 원망하며 나룻가로 다가갔다.
이 때 시댁에서 기르던 진도개가 언제 건너왔는지 꼬리치며 반가운 듯 몸짓을 하는 것이었다.
물가로 나서며 등에 타라는 시늉을 하더니 그녀의 가랭이 사이를 끼어들었다.
그녀가 개의 등에 몸을 기대자 쏜살같이 바다를 헤엄쳐 나갔다. 기왕 죽기로 각오했던 윤화는 두려움도 없이 개를 타고 나루를 건넜더니 자기집 개로만 여겼던 진도개는 어느새 송아지만한 호랑이로 변해 있었다.
그녀를 건네 준 호랑이가 어스렁 어스렁 사라지자 불쌍한 시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윤화는 시가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친정으로 떠날 때 영영 돌아오지 않으리라 여기고 기구한 목숨 죽기를 결심하여 식음을 전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사립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자기를 부르는 며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필경 생시는 아니다싶었는데 방문이 덜컹 열렸다.
  "정말 네가 우리 며느리냐? 어디보자"
순간 감겼던 시아버지의 눈이 번쩍 띄었다.
수십년의 암흑에서 광명이 온 것이다.
눈을 뜬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며느리는 호랑이 꿈을 꾸었다.
호랑이가 함정에 빠져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 호랑이는 그녀를 진도(珍島)에서 두모포(斗毛浦)나루터로 실어다 준 호랑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윤화는 꿈에서 본 망부산(望夫山)기슭으로 올라갔다.
그 곳에 당도하니 함정에 사람들이 둘러 서서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앞에 나서서 호랑이를 살려줄 것을 호소했다.
  "그 호랑이를 살려 주세요. 이 호랑이는 나와 인연이 깊은 호랑이입니다."
사람들이 믿으려하지 않자 호랑이는 뛰어든 윤화에게 꼬리를 치며 반기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이 여인과 관계가 깊은 영험스런 호랑이라 여겨 살려 주었다.
그 뒤로 윤화는 많은 남정네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시아버지가 죽은 뒤로도 정절을 지키며 살다가 죽었다 한다. 몇해가 지나고 이 곳을 지나던 어사 성수묵(成守默)이 그녀의 정절을 듣고 이 마을에 정려각을 짓도록 하고 삼강록(三綱錄)에 올렸다 한다.
이 정려각이 퇴락하자 1866년 황산면 용암리(黃山面 龍岩里) 조병후(曹秉候)씨가 다시 비를 세우고 정려각 기와를 입혔다. 지금도 이 곳 마을에서는 정월 초하루에 동제(洞祭)를 지내고 장등리(長燈里) 뒷산에 있는 임씨(林氏)여인의 묘를 벌초한다고 한다. 이 묘 벌초를 하면 그 집 농사가 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 남자가 벌초하면 죽어서도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고 지앙을 가져다 주어 젊은이는 참가하지 않는 풍습과 비각(碑閣)에 오줌을 누면 성기가 부어 오르고 결혼 행열도 이 곳을 지날 때는 가마와 말에서 내려 가야 한다는 말등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