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첫사랑과 결혼했습니다.

그냥 연애는 나랑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느껴졌었습니다.

어른이 되도  어린애였나 봅니다.

크기 싫어하는 어린애....

친구들이 하나둘씩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이해해야 했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우리는 다 이렇게 커가는 거구나.. 하는 당연하고도 바보같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얼굴에 화장을 하지도 않고, 굽 높은 하이힐을 신지도 않고, 렌즈가 불편해서 안경을 쓰고

항상 운동화에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에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쓴 내 일에만 몰두하는 아이는 별로 연애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고,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지내고, 친구들과 연락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연애라고는 해본적이 없었지만....



어느날 우연히 아주우연히 한 사람을 알게 되고

또 좋은 친구가 늘겠구나 라며 그사람과 다른 친구들과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려 1년 반만에 우리는 가족과 친구들의 축복속에 부부가 되었습니다.


1년 반이란 시간동안 우리에게 많은일이 있었습니다.

사경을 헤매며 아팠던 적, 모든일을 제껴두고 서로를 간호한 적, 부고, 남편 누나의 결혼식,
잦은 이사, 학위취득, 새로운 취업, 무엇보다 힘들었던 부모님의 오해 등등...


1년동안 나에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전 아직도 화장을 하지 않고, 청바지에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에, 렌즈가 불편해 안경을 끼는 여자입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남편의 있는그대로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공원에서 손잡고 산책하고, 가끔 외식하러도 가고, 일 끝나고 오는 길에 서로를 가끔씩 기다려 주었다가 함께 커피 한 잔을 나누어 마시기도 하고, 함께 부모님 생신 선물, 명절 선물 머리맞대고 고민하고,,

벌써 백년가약을 맺은지도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아가가 태어나면 공원에서 산책할때 아가가 엄마 아빠의 두 손을 잡고 걸음마 연습을 하겠지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가를 보며 기뻐하시겠지요.

우리 둘다 그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혼자 살아도 자신은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지만 그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내면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부는 함께 변화해갑니다. 진화한다고 말해도 될런지요..
하지만 부부 사이의 본질적인 것,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의 진실된 모습을 마주하고 느꼈던 그것은 단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볼 때 처음의 그 사람이 보이고, 그가 나를 볼때 처음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익숙해진 외모나 생활습관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가족' 이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며 축복입니다.
그것을 가꾸어 나가고 돌보며 사랑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이며 자부심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일 끝나고 식탁에 차려진 밥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소박한 일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된 경우가 많나 봅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진게 아닐까요...

살면서 불만도 많이 생기는게 당연지사겠지만, 아름다운 얘기들도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