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둘인 28살 엄마입니다.

시어머니 모시며 6년을 살았고 이제 겨우 따로 나와 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내 살림하며 살게 되면 신랑의 무심함이 나아질까 했었습니다.

시어머니 모시며 살때에는 항상 자기마음대로 하는 경향이 있었으니까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사회생활하면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다보면 한시간 두시간.. 고비가 12시인것 같아요.

그 시간 이후론 시간이 너무 후딱 지나간다니까요..(신랑왈..)

처음에 시어머니 모시고 살때에는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었습니다.

룸싸롱을 가던 뭘 하던 나한테 걸리지만 않으면 되고, 꼭 12시되면 늦겠다던지... 아니면 몇시에 온다는

그런 말만 해달라고 항상 말했었습니다.

애기가 없었을땐 항상 같이 다니던 우리였으니 애기 낳고서 말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지키는 일이 없더군요.. 하루가 멀다하고 또 어기고.. 이런 일로 지친다는건 좀 우스운 건가요?

저희는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만나게 되어 연애도 몇개월 못해보고는 거의 살다시피 했지요.

그때부터 시어머님과 함께 지냈구요.. 시어머님은 너무나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래도 역시나 나쁘게 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게 사람 이기심이고 욕심인거겠죠..?

신랑이 무슨일을 할때마다 시어머니께서는 신랑이 편이셨고,

심지어는 신랑이 아이가 어린데도 주말마다 놀러가는 것을 내가 아이 봐줄테니 다녀와라 그러시더군요...

제가 설겆이를 한다거나 뭘 하고 있어서 아기 좀 씻겨달라 하면.. 화를 냈어요

피곤한게 굳이 그걸 자기에게 시켜야 하냐고 말이죠..

저희 큰애는 어렸을때 새벽에 자주 깼었습니다. 모유수유를 해서인지 자주 깨더라구요.

그때마다 전 신랑이 깨서 화를 낼까봐 아이를 항상 엎고 밖으로 나가서 30분 정도 걸어다녔더랬습니다.

잠이 부족했고 남편의 사랑이 너무나 절실했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한 저였기에, 힘든 것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한테는 3명의 언니가 있어요, 언니들은 제가 답답한 마음 가슴아프다고 말할때마다 한숨지었고..

신랑이 저한테 한번은 화를 냈지요. 왜 언니들에게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하냐고...

저는 원래 서울사람이었습니다.. 신랑을 만나 경남이라는 먼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된 거에요..

지인도 없고.. 친구도 없는 제가 말할 곳이 어디있겠어요?..

결혼을 하면 여자들 대부분이 그런건지 저는 친구와 연락이 적어지고 심지어는 연락이 끊기더라구요..

신혼초부터 전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어머님도 일을 하셨고...

결혼식을 먼저한게 아니고... 속도위반이죠..?

만삭일때 신랑이 그러더군요.. 집 근처에 회사 사장님이 사셨는데,

사장님께서 제 얼굴을 아니, 만삭의 몸으로 밖에 나다니지 말라는 거에요..

결혼식도 안하고 배 불러서 다니는거 창피하다구요.. 그렇게 정말 사랑해서 낳았는데...

전 집에서 거의 갇혀있다시피 했습니다.. 애를 키울 사람이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3년을 집에서 애와 갇혀있다시피 하니까...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후 사회전선에 나와.. 자격증 하나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별로 없었구요..

큰애가 어린이집 가게되면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이라고 딸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더라구요.. 그때만 해도 신랑이 미웠지만 고생하는 신랑이 너무 불쌍했습니다.

아이에게 무심했고 잘 도와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랑이니까.. 정말 잘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둘째아이를 낳고.. 갑자기 너무 힘들어지더군요..

또 다시 애들은 제 몫이었고.. 적어도 둘이나 생겼는데 도와줄 생각을 안하더군요..

그때부터 마음이 떠나가기 시작했나봅니다..

시작부터 맞지 않는 음식, 맞지 않는 말투(사투리), 억센 말들... 전 참 힘들었거든요.

나쁘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다 나쁜 것들만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시누이는 저에게 올케라고 불렀고. 반말을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그렇죠..

신랑은 그런 시누이 호칭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더라구요. 제가 말하기 전까지는요..

그렇게 말을 하니, 시어머님도 그러시고 신랑도 그렇고.. 뭐 어때, 자기가 어린대..

아니 ... 내가 어리다고 손윗사람인데.. 올케라뇨.. 반말이라뇨....

꼬박꼬박 아가씨라고 불렀던 저는 그럼 뭐가 되는 건가요?

시누이가 집에 오기라도 하는 날엔 전 신경이 바짝 예민해집니다.. 매번 청소를 하거든요...

제가 정리했던 옷가지들 제가 정리했던 그릇들.. 모두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시누이가 떠나면 찾을 수 없어 시누이에게 전화를 해야 합니다.. 이게 무슨 경우죠..

네.. 저 좀 게으릅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 청소하고 옷가지 정리하고 그럼 된거 아닌가요..?

식기 정리가 안됐다고 난리... 우리 시누이.. 혼자사는 싱글입니다...

나도 혼자살면 그렇게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겠다.. 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그렇게 7년을 살고보니 정말 우울증이란게 이런가 싶을 정도로 심각해지더라구요.

심지어 신랑 닮은 애들도 밉고.. 다 귀찮기 까지 하더라구요..

그래서 둘째가 2살되던해에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신랑이 매번 말로는 하라고 하면서 못하게 했거든요.

왜 시켜주나 했더니.. 이제 돈이 많이 들어가기 시작해서 같이 벌어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하하

저.. 큰애 낳은 이후부터 용돈받기 시작했습니다.. 월급은 한번도 손에 쥐어본적 없구요...

생활비는 카드로 충당했고, 용돈은 겨우 십몇만원.. 그걸로 핸펀비 내고 했습니다..

처음엔 용돈 줬는데 왜 카드로 자기 먹고 싶은 거 사먹냐고 화를 내더라구요.. 그 담부턴 안먹었습니다.

왜 이렇게 장을 볼때 자잘하게 몇천원씩 보냐고 따지길래, 신랑이랑만 장보러 갔습니다..

두달 그렇게 하고 나니 신랑이 그러더군요. 그냥 원래대로 하라고. 본인이 피곤하다고 합디다..

밤 9시되면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우리 신랑.. 절 너무 사랑해서 밤엔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랍니다.

그럼 자기가 사다줘 하니.. 피곤해서 나가기 싫답니다...

다녀오겠다하니, 전화기 가져가랍니다 알았다고 하니.. 후~ 10분내로 오랍니다..

집 앞 슈퍼가 왕복 10~15분 걸리는 거린데.. 달려갔다 오라는 말이겠죠..

우리 신랑.. 요새 시어머님이랑 따로 살기 시작이후로 본인한테 너무 일을 시킨다고 따집니다..

설겆이 시킨다고 투덜투덜.. 애들 목욕시킨다고 투덜투덜... 투덜쟁입니다..

매주 주말이면 본인 스트레스 푸신다고 어딜 그렇게 밤에 나가십니다.. 그 다음날 오후에 오시고..

그래도 여지껏 돈버느라 힘든 신랑 보내줍니다.. 솔직히 있는게 더 힘들때도 있습니다.

애들은 밥이라고 주는대로 먹지요.. 신랑은 반찬투정도 합니다.. 먹을게 없다고..

국없으면 밥 안먹으려고 합니다.. 니가 하시지요... 음식이 싱겁다고 난리칩니다...

전 싱겁게 먹고 신랑은 짜게 먹거든요.. 지역 차이일지는 몰라도.. 나는 참고 사는데, 너는 왜 못참소..?

어느것 하나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요새 저도 독해지고 있어요..

학원 다니게 되면서 제 시간을 갖게 되었고. 점심때마다 집에 없다고 난리치는 신랑 전화...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엔 왜 전활 안받냐.. 비오는데 걱정도 안되냐 전화도 안하냐 화내더군요..

이제사 겨우 내 시간 만들며 사는데, 그것 하나 이해못해주나요?

그렇게 무시한채로 2달을 학원다녀서 자격증을 땄습니다. 초등학생도 딴다는 자격증이지만..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신랑 축하한다고 하네요. 제가 학원 더 다니고 싶다고 말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한마디... 천천히해, 시간은 많아 왜 갑자기 이렇게 빠싹하려구해? 나 밥좀 챙겨줘.

전 밥순이입니까... 학원 다니면서도 저 할 일은 다했습니다 밤 12시까지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개고 정리하고 애들 뒷정리하고... 저.. 게으릅니다 알아요.

가끔은 이런 생각에 소리치고 싶더군요, 야! 니가 하루만 청소하고 빨래하고 개고 애들봐봐!!

이런말 안해본건 아니지만.. 절대 못한다는 그 말 이후엔.. 하지도 못하겠습니다..

내 시간 갖고 내 돈 벌고 싶다는 게 잘못됐나요?.. 왜 그걸 못하게 막는건지 모르겠네요.

아르바이트라고 할라치면 힘들어서 안돼, 자긴 못해, 이런일 아무나 하는거 아니야..

니가 그렇게 날 잘 아시나요..? 그럼 얼마나 힘든지도 우울한지도 아셔야지...

신랑 절 너무 사랑하나봅니다. 그런데 저 신랑 이제 지겹습니다.. 지쳐있고 너무나 답답합니다..

신랑은 이미 예전에 포기했지만 지금은 애들까지도 다 포기하고 싶어요..

제 시간을 갖는다는게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습니다.

언니들은 저에게 그러더군요.. 니가 버릇 잘못 들인 거라고..

전 그랬습니다.. 언니 시어머니 시누이랑 살아봐.. 언니 아무말도 못하더군요...

압니다. 저보다 힘들고 저보다 괴롭게 사는사람 많다는거 압니다..

너무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세상 물정도 모르고 사회생활도 너무 못해봐서 부족하다는거 알아요.(신랑왈)

그런데 그래도 저 생각이 없고 감정이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줌마도 여자에요..

이젠 oo엄마보단, 제 이름으로 불리며 세상을 살고 싶습니다...

처음엔 헤어져서 살 수 있을까 했지만.. 지금은 헤어져도 살 수 있어... 난 할 수 있어... 생각합니다..

꿈을 꿉니다.. 아이들이 내 발목을 잡고 놓지 않아 지금은 이렇게 있지만...

이미 죽고 싶을 만큼 힘들도 우울한 저이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참고 있는 저이지만...

아이들만 보며 살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그래도 역시.. 아이들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정말 답답할 뿐이에요...